***스페인 관광비자, 90일의 함정 – 여행사 초보 시절의 값비싼 수업***
여행사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다.
어느 고객님이 아들이 축구 테스트를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다고 하며 항공권 문의를 주셨다.
조건은 “오픈 티켓”이었다.
나는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오픈 티켓은 요금이 높기 때문에 일단 리턴 날짜를 지정해서 발권한 뒤, 필요하면 추후에 날짜를 변경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다고 안내하고 고객도 동의해 발권하게 되었다.
독일 항공,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스페인으로 입국하는 티켓. 변경 수수료는 120유로.
혹시라도 일정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여유 있게 리턴 날짜를 6개월 뒤로 잡아 발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꼼꼼하게 잘 처리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추석 명절 연휴, 모두가 쉬는 날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큰일 났어요!” 고객님의 목소리 감이 안좋았다.
내용은 이랬다.
스페인은 관광비자로 최대 90일, 즉 3개월까지만 체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리턴 날짜가 6개월 뒤로 되어 있으니 입국 심사에서 거절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리턴 날짜 변경하시면 됩니다.”
나는 당연히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돌아온 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미 변경했어요. 날짜 수수료 120유로 지불했는데, 이건 여행사 잘못이니 변경 수수료를 환불해 주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오히려 실수를 피하려고 리턴 날짜를 넉넉하게 잡은 것이었는데, 이게 되려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발권 수익은 고작 3만원,
하지만 내가 고객에게 환불한 금액은 120유로, 한화로 약 174,000원이었다.
결국 이 일로 144,000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아무리 작은 조건 하나라도 비자 요건까지 반드시 확인하자.
이 일은 지금도 내게 큰 교훈을 남긴 사건이다.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런 실수 하나에도 고객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 느낀다는 것을.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의 억울함과 속상함, 그리고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지금까지도 내 일처리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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